문화 안내에서 투자유치까지 다양
홍대 앞 캐슬프라하 3층에 최근 문을 연 체코정보문화원.
홍대입구 골목길에 명물로 자리 잡은 캐슬프라하. 동유럽식 건물에 ‘맥주의 원조’ 체코 맥주를 직접 제조해 체코 전통음식 등과 함께 판매하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하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0월 19일, 이 건물 3층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건물 앞에는 체코대사관 차량이 주차돼 있고 건물 위아래를 바쁘게 오르내리는 체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사연은 이랬다. 주한 체코대사관이 10월 28일 체코정보문화원 개관을 앞두고 마감 공사를 하고 있던 터였다. 야로슬로브 올샤 주한체코대사는 “매년 6만명이 오가고 14억달러의 교역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과 체코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센터를 열 계획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프라하’를 비롯해, 관광명소 소개는 물론 크리스털, 클래식 음악, 영화, 문학 등 문화예술 안내와 중소기업 투자 유치 등 복합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캐슬프라하는 향후 1년 동안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할 예정. 함태헌 캐슬프라하 대표는 “그간 부정기적으로 체코 문화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대사관과 함께 해왔는데 이참에 아예 정보문화원을 열면 사람들이 문화도 즐기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대사와 뜻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체코대사관은 우선 정보문화원을 개관하고 이어 체코 정부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는 국내법에 따라 정식으로 문화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주한필리핀 문화원이 최근 부산에 분원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문화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원들은 어떤 식으로 운영될까.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각국 대사관이 우리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 하나,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것이 또 하나다. 후자의 경우 체코정보문화원처럼 국내 민간업체와 손잡고 해당 국가 대사관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도 있다.
대사관이 직접 문화원을 운영하려면 해당 주한외국대사관이 외교통상부에 문화원 설립 허가를 서면으로 요청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허가 조건을 해당 주한외국대사관에 회신하거나 개설 허가를 내주게 된다. 현재 이런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문화원은 일본·중국·독일·프랑스·영국 등이 있으며, 미국·이탈리아·포르투갈·멕시코 등은 주한대사관 일부 부서가 문화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41주년을 맞은 프랑스문화원은 영화배우 안성기 씨 등 예술인들 사이에 ‘프랑스문화원파’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프랑스 문화’를 만드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문화원 역시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괴테 문학은 물론 최신 독일영화 상영 등으로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설 문화원 역시 문화 교류에 기여하는바는 적지 않다. 이스탄불문화원, 이스라엘문화원, 중남미문화원 등은 해당 국가 사람 혹은 국내 민간인이 설립해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익사업이다. 3년 전 관할 교육청 허가를 받지 않고 어학센터를 운영하다 물의를 빚은 모 문화원이 있는가 하면 대사관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에도 마치 자국 정부 공인 센터인 것처럼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문화원은 지난해 철수했지만 유사한 이름으로 수익사업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은주 외교통상부 서기관은 “레스토랑·커피숍 운영 등과 관련 비영리성일 경우 국내법상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없으나 수익이 생길 경우 국내법에 따른 과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0호(09.11.1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