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단 하루, 모든 마녀들이 환영받는 밤이 왔다. 바로 ‘핼러윈’이다.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 ‘이블 퀸’, 『신데렐라』의 새엄마이자 ‘신데렐라 언니들’의 엄마인 ‘카르모시나’, 『인어공주』의 바다 마녀 ‘우르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오로라 공주)』의 대장 마녀 ‘말레피센트’, 『백조의 호수(오데트 공주)』의 흑조 ‘오딜’,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빅토리아’가 시월의 마지막 밤, 체코 프라하의 고성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 천사표·백치미 주인공들에게 주눅들었던 ‘사연 있는’ 마녀들이 이날 밤만큼은 억눌린 감정을 토해내듯 화려하게 치장하고 모여들었다. 2010년 SBS 수퍼모델 당선자들이 검정·빨강·보라·초록·주황을 테마로 한 핼러윈 마녀들을 연출했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악녀들의 옷차림 강하고 섹시하게
악녀는 눈치보지 않는다. 질투도 분노도 열망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악녀룩’의 기본은 검정과 보라. 여기에 빨강·초록·주황 같은 강렬한 색상을 섞는다. 자칫하면 촌스러울 수 있지만, 당당한 태도가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레이·베이지·카멜 같은 업타운 걸 특유의 세련된 톤 배합은 잊어라. 악녀들에게 그런 색깔은 존재감 없이 희미할 뿐이다.
백설공주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미녀였던 이블 퀸은 영원한 아름다움과 유혹을 상징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다. 새틴 실크와 레이스는 몸에 달라붙지 않고 흐르면서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소재들이다. 파티의 조명을 받으면 새틴은 더 반짝이고, 레이스는 음영을 만들어 신비스러운 느낌을 낸다. 케이프와 숄은 간절기 필수품. 특히 수녀 같은 느낌의 케이프는 악녀들의 본성과 충돌하며 악녀인지 성녀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일찍이 십자가를 들고 섹시 댄스를 췄던 마돈나의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추격자 빅토리아는 ‘싸이 하이(허벅지 높이)’ 부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덮는 이 부츠는 어지간한 다리 길이론 소화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 하나 아찔하게 섹시하다. 흑조 오딘은 가슴과 허리를 강조하는 발레리나 뷔스티에에 층층이 떨어지는 스커트를 입고 춤을 췄다. 레이스처럼 가공한 얇은 가죽은 간절기를 멋지게 날 수 있는 핫 트렌드다. 바다 마녀 우르슐라는 스팽글이 가득한 드레스 차림에 보랏빛 물비늘을 튀기며 소라 속에서 튀어나왔다. 물 밖의 추위에 모피 숄을 두르고 인어공주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뽐냈다. 숲 속의 미녀를 100년 동안의 잠 속에 가둬놓은 마녀 대장 말레피센트의 선택은 초록색이었다.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뒤 시간을 정지시킨 마녀의 분노가 전해졌다. 새엄마 카르모시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구릿빛 오렌지 드레스를 입고 12시가 넘어서야 뛰어들어왔다. 핼러윈 호박들이 마차로 변신하려고 나뒹굴었다.
악녀들의 화장법 캐츠 아이와 붉은 입술
악녀들이 악녀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변하는 건 화장법이다. 캐츠 아이로 눈을 강조하고 입술을 붉게 칠하는 건 그런 심경의 변화(또는 본성)를 극적으로 보여는 클리셰다. ‘제빵왕 김탁구’의 큰 악녀 ‘서인숙(전인화 분)’은 처음부터 그랬지만, 작은 악녀 ‘신유경(유진 분)’이 ‘김탁구’ 대신 ‘구마준’을 선택하고 야망의 화신으로 변할 때도 그랬다.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에서는 아예 디즈니 만화 속 악녀와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한 ‘베너머스 빌레인’ 컬렉션을 내놨다.
이번 시즌 캐츠 아이는 김연아가 유행시켰던 스모키와는 다소 다르다. 눈꼬리를 쭉 빼다가 둥글게 말아올린 듯 그리는 것이 특징. 마치 커다란 속눈썹을 붙인 것처럼 눈가에 컬을 그려 넣는 것이다. 검은색을 받쳐주는 보라색 섀도는 캐츠 아이를 돋보이게 만든다. 붉은 입술은 립스틱으로 매트하게 그린다. 립 펜슬로 라인을 살리면 더 효과적이다. 립글로스의 번들번들한 느낌을 싫어했던 이들에게 립스틱의 귀환은 꽤 반가울 것. 이런 화장법은 묘하게도 조신한 레이디 라이크 룩과 잘 어울리지만, 역시 시상식에라도 가야 할 듯한 원색의 드레스 차림이 제격이다. 마녀들은 여기에 뿔처럼 솟아오른 강렬한 헤어 스타일로 한 끗을 더했다.
악녀들의 속마음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
하나 처음부터 못되게 살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밤이 깊어지자 악녀들은 속내를 털어놨다. ‘19금’ 엽기 잔혹 스토리에 가까운 원전(설화)에서는 오히려 착한 희생자로만 알려졌던 ‘공주’들이 패악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백설공주는 자신의 미모와 왕의 사랑만 믿고 늙어가는 왕비를 무시했다. 하물며 그 왕비가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였는데도. 신데렐라는 친절한 가정교사에 홀려 첫 번째 새엄마를 살해했다. 우리가 아는 계모는 가정교사 출신의 두 번째 새엄마. 이 공주들은 또 못 말리는 ‘백치미’의 소유자들이기도 했다. 인어공주는 사랑에 눈멀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던졌다.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었다는 건 성적 매력을 얻기 위해 자아를 포기했다는 뜻. 오로라 공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금기를 넘봤다. 그것도 불과 15세의 나이에. 비밀의 방을 열고 들어가 물레에 찔렸다는 건 위험한 장난에 희생됐다는 의미다. 마법사의 청혼을 거절하다 백조가 돼 버린 오데트 공주는 지그프리드 왕자가 흑조 오딘에 속아 잘못 청혼하자 급기야 절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래서 악녀는 악녀가 됐다. 이블 퀸은 철없는 공주가 궁정의 질서를 어지럽히자 결단을 내렸다(물론 문제의 근원인 왕을 처단하는 게 더 올바른 해결책이었지만). 바다 마녀는 철딱서니 없는 인어공주에게 사랑의 본질을 일깨워줬다. 성적 매력이란 순간의 물거품일 뿐, 자신이 누군지 말할 수 없으면 결국 사랑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바람둥이 왕자를 혼내주는 편이 더 시원했겠지만). 말레피센트는 애초 왕비의 외도로 태어난 오로라 공주에게 섣부른 일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어린 오로라 공주를 범한 시종을 벌하는 것이 맞는 형벌이지만). 효성스러운 오딘은 아버지를 모욕한 오데트 공주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뿐(사악한 마법사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럼 뱀파이어 빅토리아는? 따져 보면 그 같은 ‘순애보’도 없다. 연인이 살해당하자 사랑 없이 불멸하는 것보다는 복수하다 소멸하는 길을 택했으니까. ‘지고지순’으로 따지자면야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늑대 인간 제이콥 사이에서 맹렬하게 헤매며 양다리 걸치는 벨라보다야 훨씬 낫다(처음부터 에드워드네 일가처럼 사람을 해치지 않는 ‘초식’ 뱀파이어였다면 행복했겠지만).
악녀들의 전성시대?
최근 들어 TV나 영화 속 악녀 캐릭터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 언니를 타이틀로 하는 드라마도 나왔을 정도. 많은 이들이 내숭 떠는 신데렐라(서우 분)보다 위악 떠는 신데렐라 언니(문근영 분)에게 열광하고, 계모(이미숙 분)의 맹렬한 생존본능에 공감했다. “장희빈 할 때는 욕 먹었는데 서인숙으론 칭찬 받았다”는 탤런트 전인화의 고백도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하긴 다 같은 불륜의 소생인데 왜 회장님의 아들 탁구는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사모님의 아들 마준은 악역으로 전락해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긴 했다. 회장님의 일탈(“네가 예뻐서 그런다”)은 괜찮고, 사모님의 유혹(“같이 있어 줘”)은 죄가 된다는 건가.
독일의 페미니스트 우테 에어하르트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며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라”고 선동했다. 어느 여기자는 자신의 책에 ‘마녀가 더 섹시하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나쁜 여자’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부러 그렇게 선언해야 할 만큼 여자들의 머릿속엔 ‘착한 여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무수리 본능’이 가득 차 있다. 이 계절, 시대를 거스른 것 같은 레이디 라이크 룩이 새삼 세계적 인기를 모으는 것도, 어쩌면 몇 계절에 걸쳐 득세한 ‘강하고(밀리터리)’ ‘독한(록시크)’ 여자들에 대한 반발심과 수천 년 동안 입어온 방식으로의 ‘회귀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촬영 협조 캐슬프라하 홍대점 02-337-6644 www.castlepraha.co.kr(장소), 네스트 바이 유양희(헤어·메이크업), 르 스타일 바이 강은정(실내장식), 퓨어리(모피), 발렌티노·샤넬·디올·입생로랑·페라가모·에스까다·체사레 파조티·엠포리오 아르마니·오브제·보브·아장 프로보카퇴르·액세서라이즈(의류·슈즈·액세서리)
핼러윈 파티용품 어디서 살 수 있나
조이파티(서울 서교동)
핼러윈 코스튬, 악마날개, 해골 모형 등 파티용품
02-333-6922, www.joyparty.co.kr
신기한 옷가게(서울 동교동)
핼러윈 코스튬, 캐릭터 의상, 인형 탈
02-6404-7757, www.dressup.co.kr
르 스타일(서울 반포동)
패브릭, 새장, 깃털 장식 등 인테리어 용품
02-796-1220, www.lestyle.co.kr
엠데코(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호박, 사과, 바퀴벌레 등 플라스틱 모형
02-595-9409, www.mdeco.co.kr
인터로조(서울 여의도)
고양이 눈·악마 눈 등 각종 특수·컬러 렌즈
02-761-6809, www.interojo.com
백투에스(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뱀·피에로 등 1980년대 빈티지 액세서리 02-3398-4060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악녀들의 옷차림 강하고 섹시하게
2010 SBS 수퍼모델 당선자 1, 2 1위 윤다영(18) 검은 마녀. 『트와일라잇』 뱀파이어 ‘빅토리아’, 『백조의 호수』 흑조 ‘오딘’ 3 2위 김혜지(21) 빨간 마녀. 『백설공주』 계모 왕비 ‘이블 퀸’ 4 3위 정은혜(22) 보라 마녀. 『인어공주』 문어 마녀 ‘우르슐라’ 5 SK텔레콤 이지현(19) 주황 마녀. 『신데렐라』 계모 ‘카르모시나’ 6 유닉스헤어 노주영(25) 초록 마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마녀 대장 ‘말레피센트’
악녀는 눈치보지 않는다. 질투도 분노도 열망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악녀룩’의 기본은 검정과 보라. 여기에 빨강·초록·주황 같은 강렬한 색상을 섞는다. 자칫하면 촌스러울 수 있지만, 당당한 태도가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레이·베이지·카멜 같은 업타운 걸 특유의 세련된 톤 배합은 잊어라. 악녀들에게 그런 색깔은 존재감 없이 희미할 뿐이다.
백설공주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미녀였던 이블 퀸은 영원한 아름다움과 유혹을 상징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다. 새틴 실크와 레이스는 몸에 달라붙지 않고 흐르면서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소재들이다. 파티의 조명을 받으면 새틴은 더 반짝이고, 레이스는 음영을 만들어 신비스러운 느낌을 낸다. 케이프와 숄은 간절기 필수품. 특히 수녀 같은 느낌의 케이프는 악녀들의 본성과 충돌하며 악녀인지 성녀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일찍이 십자가를 들고 섹시 댄스를 췄던 마돈나의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추격자 빅토리아는 ‘싸이 하이(허벅지 높이)’ 부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덮는 이 부츠는 어지간한 다리 길이론 소화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 하나 아찔하게 섹시하다. 흑조 오딘은 가슴과 허리를 강조하는 발레리나 뷔스티에에 층층이 떨어지는 스커트를 입고 춤을 췄다. 레이스처럼 가공한 얇은 가죽은 간절기를 멋지게 날 수 있는 핫 트렌드다. 바다 마녀 우르슐라는 스팽글이 가득한 드레스 차림에 보랏빛 물비늘을 튀기며 소라 속에서 튀어나왔다. 물 밖의 추위에 모피 숄을 두르고 인어공주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뽐냈다. 숲 속의 미녀를 100년 동안의 잠 속에 가둬놓은 마녀 대장 말레피센트의 선택은 초록색이었다.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뒤 시간을 정지시킨 마녀의 분노가 전해졌다. 새엄마 카르모시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구릿빛 오렌지 드레스를 입고 12시가 넘어서야 뛰어들어왔다. 핼러윈 호박들이 마차로 변신하려고 나뒹굴었다.
악녀들의 화장법 캐츠 아이와 붉은 입술
악녀들이 악녀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변하는 건 화장법이다. 캐츠 아이로 눈을 강조하고 입술을 붉게 칠하는 건 그런 심경의 변화(또는 본성)를 극적으로 보여는 클리셰다. ‘제빵왕 김탁구’의 큰 악녀 ‘서인숙(전인화 분)’은 처음부터 그랬지만, 작은 악녀 ‘신유경(유진 분)’이 ‘김탁구’ 대신 ‘구마준’을 선택하고 야망의 화신으로 변할 때도 그랬다.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에서는 아예 디즈니 만화 속 악녀와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한 ‘베너머스 빌레인’ 컬렉션을 내놨다.
이번 시즌 캐츠 아이는 김연아가 유행시켰던 스모키와는 다소 다르다. 눈꼬리를 쭉 빼다가 둥글게 말아올린 듯 그리는 것이 특징. 마치 커다란 속눈썹을 붙인 것처럼 눈가에 컬을 그려 넣는 것이다. 검은색을 받쳐주는 보라색 섀도는 캐츠 아이를 돋보이게 만든다. 붉은 입술은 립스틱으로 매트하게 그린다. 립 펜슬로 라인을 살리면 더 효과적이다. 립글로스의 번들번들한 느낌을 싫어했던 이들에게 립스틱의 귀환은 꽤 반가울 것. 이런 화장법은 묘하게도 조신한 레이디 라이크 룩과 잘 어울리지만, 역시 시상식에라도 가야 할 듯한 원색의 드레스 차림이 제격이다. 마녀들은 여기에 뿔처럼 솟아오른 강렬한 헤어 스타일로 한 끗을 더했다.
악녀들의 속마음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
하나 처음부터 못되게 살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밤이 깊어지자 악녀들은 속내를 털어놨다. ‘19금’ 엽기 잔혹 스토리에 가까운 원전(설화)에서는 오히려 착한 희생자로만 알려졌던 ‘공주’들이 패악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백설공주는 자신의 미모와 왕의 사랑만 믿고 늙어가는 왕비를 무시했다. 하물며 그 왕비가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였는데도. 신데렐라는 친절한 가정교사에 홀려 첫 번째 새엄마를 살해했다. 우리가 아는 계모는 가정교사 출신의 두 번째 새엄마. 이 공주들은 또 못 말리는 ‘백치미’의 소유자들이기도 했다. 인어공주는 사랑에 눈멀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던졌다.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었다는 건 성적 매력을 얻기 위해 자아를 포기했다는 뜻. 오로라 공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금기를 넘봤다. 그것도 불과 15세의 나이에. 비밀의 방을 열고 들어가 물레에 찔렸다는 건 위험한 장난에 희생됐다는 의미다. 마법사의 청혼을 거절하다 백조가 돼 버린 오데트 공주는 지그프리드 왕자가 흑조 오딘에 속아 잘못 청혼하자 급기야 절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래서 악녀는 악녀가 됐다. 이블 퀸은 철없는 공주가 궁정의 질서를 어지럽히자 결단을 내렸다(물론 문제의 근원인 왕을 처단하는 게 더 올바른 해결책이었지만). 바다 마녀는 철딱서니 없는 인어공주에게 사랑의 본질을 일깨워줬다. 성적 매력이란 순간의 물거품일 뿐, 자신이 누군지 말할 수 없으면 결국 사랑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바람둥이 왕자를 혼내주는 편이 더 시원했겠지만). 말레피센트는 애초 왕비의 외도로 태어난 오로라 공주에게 섣부른 일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어린 오로라 공주를 범한 시종을 벌하는 것이 맞는 형벌이지만). 효성스러운 오딘은 아버지를 모욕한 오데트 공주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뿐(사악한 마법사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럼 뱀파이어 빅토리아는? 따져 보면 그 같은 ‘순애보’도 없다. 연인이 살해당하자 사랑 없이 불멸하는 것보다는 복수하다 소멸하는 길을 택했으니까. ‘지고지순’으로 따지자면야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늑대 인간 제이콥 사이에서 맹렬하게 헤매며 양다리 걸치는 벨라보다야 훨씬 낫다(처음부터 에드워드네 일가처럼 사람을 해치지 않는 ‘초식’ 뱀파이어였다면 행복했겠지만).
악녀들의 전성시대?
최근 들어 TV나 영화 속 악녀 캐릭터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 언니를 타이틀로 하는 드라마도 나왔을 정도. 많은 이들이 내숭 떠는 신데렐라(서우 분)보다 위악 떠는 신데렐라 언니(문근영 분)에게 열광하고, 계모(이미숙 분)의 맹렬한 생존본능에 공감했다. “장희빈 할 때는 욕 먹었는데 서인숙으론 칭찬 받았다”는 탤런트 전인화의 고백도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하긴 다 같은 불륜의 소생인데 왜 회장님의 아들 탁구는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사모님의 아들 마준은 악역으로 전락해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긴 했다. 회장님의 일탈(“네가 예뻐서 그런다”)은 괜찮고, 사모님의 유혹(“같이 있어 줘”)은 죄가 된다는 건가.
독일의 페미니스트 우테 에어하르트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며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라”고 선동했다. 어느 여기자는 자신의 책에 ‘마녀가 더 섹시하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나쁜 여자’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부러 그렇게 선언해야 할 만큼 여자들의 머릿속엔 ‘착한 여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무수리 본능’이 가득 차 있다. 이 계절, 시대를 거스른 것 같은 레이디 라이크 룩이 새삼 세계적 인기를 모으는 것도, 어쩌면 몇 계절에 걸쳐 득세한 ‘강하고(밀리터리)’ ‘독한(록시크)’ 여자들에 대한 반발심과 수천 년 동안 입어온 방식으로의 ‘회귀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촬영 협조 캐슬프라하 홍대점 02-337-6644 www.castlepraha.co.kr(장소), 네스트 바이 유양희(헤어·메이크업), 르 스타일 바이 강은정(실내장식), 퓨어리(모피), 발렌티노·샤넬·디올·입생로랑·페라가모·에스까다·체사레 파조티·엠포리오 아르마니·오브제·보브·아장 프로보카퇴르·액세서라이즈(의류·슈즈·액세서리)
핼러윈 파티용품 어디서 살 수 있나
조이파티(서울 서교동)
핼러윈 코스튬, 악마날개, 해골 모형 등 파티용품
02-333-6922, www.joyparty.co.kr
신기한 옷가게(서울 동교동)
핼러윈 코스튬, 캐릭터 의상, 인형 탈
02-6404-7757, www.dressup.co.kr
르 스타일(서울 반포동)
패브릭, 새장, 깃털 장식 등 인테리어 용품
02-796-1220, www.lestyle.co.kr
엠데코(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호박, 사과, 바퀴벌레 등 플라스틱 모형
02-595-9409, www.mde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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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악마 눈 등 각종 특수·컬러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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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에스(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뱀·피에로 등 1980년대 빈티지 액세서리 02-3398-4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