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오페라·언어 연극… 체코의 감동이 오다 민족인형극단의 '돈 지오바니'·하벨 前대통령 부조리극 'Leaving' 첫 무대 장병욱기자 aje@hk.co.kr 18세기 중부 유럽의 민중적 볼거리를 재현하는 인형극 '돈 지오바니'의 시연회 한국과 체코가 국교를 맺은 지 20년이 되는 올해, 체코가 무대로 살아 온다. 그동안 체코의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무대는 더러 있었지만, 언어를 앞세운 작품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막은 필수다. 10일 체코정보문화원은 현지에서 막 날아온 체코민족인형극단이 시연한 인형극 '돈 지오바니'로 한판 잔치 마당이었다. 1m 키에 , 5~8㎏ 무게의 정교한 인형들이 17세기 오페라 무대의 의상을 입고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선율에 맞춰 살아났다. 배우가 막대를 위로 치켜 들고 조종하는 모차르트 인형은 배우 뺨치는 동작으로 음악을지휘했다. 실로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인 돈 지오바니가 칼을 뽑아 드는 모습은 검투사보다 날랬고, 그의 하인 레포렐로는 턱을 끄덕이며 열심히 말했다. 1991년 창단과 함께 프라하에서 초연, 모두 3,500여회 공연돼 65만 관객을 동원한, 이 인형극단의 대표작이다. 체코측 설명에 의하면 "인형극으로는 세계 최장기 공연"이다.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돈 지오바니'가 세계 최초로 공연된 곳도 체코의 수도 프라하였다. 체코는 군소 인형극단이 3,000개에 달한 적도 있는 인형극의 강국이다. 인형극을 배우려고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해 1999년 전통 마리오네트 제작 교육 코스를 개설했을 정도다. 18세기 후반부터 독일어에 밀려나는 자국어를 살리기 위해 불붙었던 인형극 운동의 흔적은 고서점에 산재한 옛 인형극 대본들이 입증한다. 2005년 이후 의정부, 고양 등지의 공연 예술제를 통해 더러 알려진 체코 인형극이 풀 버전으로 본격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꽃 터지는 장면 등 볼거리도 등장한다. 17~21일 호암아트홀.(02)338-3513 체코공화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부조리극 작가 바츨라프 하벨이 20년의 공백을 깨고 2008년 발표한 'Leaving'은 정반대의 무대다. 권좌에서 물러난 정치가의 시선으로 권력과 언론, 친구 등의 관계를 조명한 이 연극은 언어의 연극이다. 그 해 5월 프라하에서 초연, "자신의 인생 역정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감동적인 컴백을 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낸, 2시간 짜리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적절히 인용, 세대 문제와 권력 이동 등을 밀도 있게 다룬다. 권력 쟁투의 아수라장에서 주인공은 철저히 버림받는다. 세부적 상황 설정 등으로 보건대, 이 작품은 권력의 정점에 앉아본 자만이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정치극이기도 하다. 정치 상황과 아내의 불륜 등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하벨의 개인사를 짙게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현재 하벨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그의 아내 하블로바가 주연을 맡은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름을 딴 연극상까지 제정된 연출가 데이비드 라독이 연출하고 체코 배우 20명이 출연, 체코극의 진수를 보인다. 4월 2~4일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