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목 멀티컬처 한국 ② 체코문화 체험공간 ‘캐슬 프라하’ 작성일 2010-03-18 01:58:28
» 프라하의 관광명소인 구시청사 천문 시계탑을 본 떠 지은 ‘캐슬 프라하’의 외관 맥주 한입 머금고 드보르자크에 취하네 ( by 김경애 기자 김봉규 기자 ) ‘오를리’ 천문시계탑 본뜬 건물 카프카 들이고 여행정보·사진 모아 동유럽 민간외교 축제장으로 프라하의 연인’이 따로 있나요. 서울의 젊은 문화를 대표하는 홍대 앞, 흔히 주차장 골목으로 알려진 거리에 최근 중세 유럽의 고성이나 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건물이 등장해 ‘호기심 어린’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오른쪽 귀퉁이의 작은 기둥에 적힌 건물의 이름은 ‘캐슬 프라하’, 체코와 관련이 있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가 먼저 맞는다. 1층엔 카페와 베이커리, 기념품점이 있고, 지하 1. 2층에 체코식 하우스맥주점이 있단다. 그런데 정작 눈길을 끄는 건 2층에 있는 체코의 대표 음악가 드보르자크 기념관과 갤러리다. 외국 음식을 팔기 위해 그 나라식 인테리어로 장식한 곳은 많지만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애초부터 설계한 곳은 보기 드물다. 우선 건물 자체를 체코식으로 지었다. 건축가 이제부씨가 수차례 현지답사를 한 끝에 ‘유럽의 진주’, ‘동쪽의 로마’로 불리는 프라하의 상징 건물인 구시청사의 ‘오를리’ 천문시계탑을 본떠 왔다. 1338년에 세워진 구시청사의 천문시계탑은 꼭대기에서 옛 시가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1410년 당시 천동설에 입각해 만들어진 천문시계는 지금도 매시각 종이 울리면 창문에서 예수의 12사도가 차례로 등장한 뒤 닭울음소리를 내는 독특한 방식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캐슬 프라하의 외벽에도 같은 모양의 천문시계를 설치해 매시간 ‘죽음의 신’을 상징하는 해골 손잡이로 종을 치도록 해놓았다. 2층에 자리한 ‘드보르자크 기념관’은 서울오라토리오의 최영철 음악감독과 드보르자크 후손과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가능했다. 교향곡 ‘신세계’로 친숙한 19세기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마니아인 최 감독은 그의 서거 100년을 맞아 전곡연주회까지 열어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그의 후손들로부터 ‘드보르자크 4세이자 음악적 후계자’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최 감독은 “당시 후손들이 선물한 친필악보를 비롯해 드보르자크 관련 자료들을 꾸준히 모아 전시하고 드보르자크는 물론 거리의 집시악사 같은 현지 음악인들의 연주회도 열 계획”이다. 현재 개관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사진전시회의 주인공인 김규진 한국외대 체코어과 교수도 대표적인 체코 마니아. 1990년 옛 소련 붕괴와 더불어 개방된 이래 해마다 방학 때면 현지를 답사해온 김 교수는 프라하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담은 사진 20여장을 소개하고 있다. “프라하는 개방 이후 지금껏 도심에서 신축된 건물이 한개뿐일 정도로 중세 이래 천년의 문화유적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교수는 “음악·문학 등 예술을 사랑하는 체코인들의 문화를 좀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무척 반갑다”고 말했다. 체코가 자랑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을 딴 1층 기념품점에는 현지산 유리공예품과 세라믹 머그잔 외에 체코관광청과 체코항공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여행정보 자료들도 모아놓았다. 이처럼 현지 문화를 잘 살린 덕분에, 지난해 11월 말 개관식에는 주한 체코 대사는 물론 헝가리·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 등 주변 동유럽국가의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해 보기 드문 민간 외교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단다. “‘서울 속의 리틀 프라하’라 부를 만한 체코문화 체험공간으로 키워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