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나 다름없다, 체코 인형극 '돈 지오바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체코 프라하에서 ‘돈 지오바니’ 공연을 하면 아시아 관객이 5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한국에서 온 관광객입니다.” 국내에서 ‘돈 지오바니’를 공연하는 체코 민족인형극단 페트르 보디치카 대표는 10일 서울 서교동 프라하캐슬에서 “돈지오바니는 정통 오페라에 체코의 유머를 섞은 인형극”이라며 “특히 한국사람들이 좋아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돈 지오바니’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원작으로 한 체코 인형극이다. 14세기의 실존인물 ‘돈 환’이 모델이다. 부자에 잘 생긴 외모까지 지닌 바람둥이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들을 유혹하다 결국 벌을 받는다는 줄거리다. 체코 민족인형극단은 이러한 내용을 실로 매달아 인형을 조작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선보인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991년 초연, 그동안 3500회 공연에서 약 65만명을 모았다. 프라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가 초연된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의정부 국제 음악극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디치카 대표는 “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은 체코 전통 인형인데 라임 나무로 만들었다”며 “약 1m의 길이에 5~8㎏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서 인형들은 무대에서 마치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 배우라 칭할 수 있는 7명이 인형을 조종하고 2명의 기술자가 조명과 음악을 담당한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들의 손을 객석에서 볼 수 있도록 무대를 설계, 인형극과 함께 인형을 움직이는 이들의 분주한 손놀림도 함께 볼 수 있다. 보디치카 대표는 “체코 인형의 움직임은 다소 거칠지만 손이 굵은 사람은 조종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또 “체코 인형은 재미있게 생겼는데 정통 클래식 오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체코 사람들은 진지한 것을 가볍게 매만지거나 재치 있게 다루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한 점이 인형극에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원작을 축소한 만큼 작품의 줄거리를 미리 익히고 오는 것이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간에 지휘자가 나와서 일반 오페라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알렸다. 극 중간에는 인형 모차르트가 지휘자로 등장한다. 극단에서 20년째 사용하고 있는 인형이다. 사람이 위에서 실로 조종하는 돈 지오바니 같은 다른 인형들과 달리 모차르트 인형은 사람이 밑에서 막대기로 조종한다. 지휘자로서 대부분 뒷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형에 맞게 제작한 17세기 바로크식 오페라 무대와 의상도 눈길을 끈다. 물방울, 빗물, 불꽃 등을 이용해 인형극에서는 맛보기 힘든 웅장함도 선사한다. 체코 프라하 인형극은 3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체코민족인형극단은 1983년 창단한 프라하의 대표적인 인형극단이다. 보디치카 대표는 “체코 내에 150년 동안 약 3000개의 극단들이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체코에서 인형극은 보편화됐다”며 “체코민족인형극단은 국립단체는 아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이번 무대는 한국·체코 수교 20주년을 기념, 마련됐다.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는 “돈지오바니는 프라하의 대표 공연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라며 “올해 한국·체코 수교 20주년을 기념, 많은 행사를 마련했는데 돈지오바니가 그 시작을 장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돈 지오바니’는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3월 17~21일에 볼 수 있다. 공연제작사 실버트레인, 주한체코대사관, 호암아트홀이 공동 주최한다. 2만~5만원. 02-338-3513 realpaper7@newsis.com